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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눈물을 삼키며 보행연습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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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29 조회1,7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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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관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자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건물이나 방에서 장애물을 피해 잘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었다. 시각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길을 찾아다닐 수 있는 것은 자립의 기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보행연습이었다.
 
  나는 보행연습을 하면서 나는 또 한 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보행연습을 할 때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가 필수다. 키가 큰 나는 남들보다 큰 지팡이를 받았는데 옛날에 시골에서 지게 질 때 쓰는 작대기 같았다. 지금의 가벼운 지팡이와는 많이 달랐다. 지팡이도 길었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거라 묵직해서 비로소 내가 진짜 시각장애인의 삶을 살게 됐음을 실감했다.
 
  그날 무거운 지팡이로 보행을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는 “당신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노?” 하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때 나는 아내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면서까지 살아야 한다면 다 이겨내리라, 그래서 아내의 눈물을 다시는 흘리지 않게 하리라, 또 한 번 이를 악물었다.

 

 

  복지관 내에서의 교육을 마치면 현장실습 보행을 나갔다. 선생님 한 분이 동기와 나를 데리고 나가 거리를 걷고 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다녀오는 과제였다. 일단 버스를 타면 선생님은 그때부터는 우리를 모르는 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어떻게 복지관까지 돌아오는지 체크했다. 선생님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정 거리를 떨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동기와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 버스를 타고 정확한 정류장에 내려서 복지관까지 돌아왔다. 무사히 도착하면 선생님은 그날 잘 한 점과 잘못된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여러 번에 걸쳐 연습을 하며 혼자 보행하는 것을 배웠다. 지금은 혼자서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 나를 보며 주위 사람들은 웃으며 “앞이 안 보이는 거 정말 맞습니까? 혹시 가짜 아닙니까?” 하고 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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