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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학교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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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56 조회1,5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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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에 한 번 있는 학교 운동회는 문방구에게 있어서 최고의 대목이었다. 운동회니까 동네잔치나 다름없었다. 그러다보니 오만장사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다 운동장 벽에서 저마다 가져온 물건을 팔았다. 그날은 모든 문방구들이 도매상에서 온갖 장난감이나 아이들이 선호하는 물건을 받아다 팔고 다른 날보다 일찍 문을 열고 아이들의 시선을 끌 물건들을 진열을 했다.
 
  아이스크림과 쮸쮸바도 아이스박스에 가득 채워졌고 청백 머리띠나 실내화도 잘 팔리는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가게가 아니라 리어카라서 학교 정문에 세워 두었는데 장사가 통 되지 않았다. 아내가 운동장으로 끌고 가자고 말했지만 리어카가 커서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이런 대목에 가만있을 수 없다며 아내가 재차 독촉했다. 오늘이 아니면 일 년이나 기다려야 다시 큰 대목을 만날 수 있었다.
 
  운동회날 하루 수입이 보름 수입과 맞먹는 것이었다.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시동을 걸고 학교로 들어가서 운동장 본부석 맞은편으로 리어카를 세워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아내의 생각대로 아이들이 많이 모였다. 필름도 쮸쮸바도 과자나 장난감 등도 날개 돋친 듯 잘 팔렸다. 그런데 본부석에서 방송을 했다.
 
  “거기 노점상, 학교 밖으로 나가십시오!.” 나는 못 들은 척하면서 집사람과 버텼다. 체면 따윈 생각할 수 없었다. 운동회 날은 아이들이 원하면 부모들이 대개는 너그럽게 사주기도 했지만 어떤 엄마는 보채는 아이를 길에서 야단을 치거나 심지어는 때리기도 했다. 그럴 땐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운동회가 모두 끝나자 긴장이 풀렸는지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장사를 마무리하고 집사람과 보조를 맞추면서 리어카를 끌고 집으로 갔다. 모든 사람들이 엔진이 달린 이동문방구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집에 와보니 우리 아이들의 팔뚝엔 1 등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아이들이 씩씩하게 뛰는 모습도 못 보고 장사만 한 것이 아쉽고 미안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양념치킨을 주문해 준 것만으로도 신이 난 모양이었다.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으면서 그날 하루 있었던 이야기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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