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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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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4:06 조회1,5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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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아이들은 방송에서 부모가 찾고 있다는 방송이 나오곤 했다. 그러면 나는 방송국에 연락하여 부모님을 찾아주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중국집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가 버렸다. 수거한 빈 그릇만 철가방속에 수북이 쌓아두고 수금한 돈만 가지고 달아나는 아이들도 흔히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찾아보면 벌서 떠난 뒤였다. 큰돈은 아니어도 요놈들을 그냥 두면 사람이 안 되겠다 싶어서 식당일을 마치면 서면이나 남포동 오락실과 만화방을 뒤져 아이들을 다시 찾아오곤 했다. 집에 데리고 와서 야단을 치고 다시 일을 시켰다. 그래도 인간이 안 될 놈들은 또 수금을 해서 달아났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이동 경로를 다 파악하고 있어서 대부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중국집 하는 동안 아이들이 내게 별명을 붙였는데 ‘저승사자’였다. 제 아무리 도망가도 거의 다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소문이 난 뒤로는 아이들이 나쁜 짓을 하고는 도망가지 않았다. 뛰어봐야 삼장법사 손바닥 안에 있다는 걸 안 것이다. 가게를 쉬는 날이면 가능한 한 우리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했다. 나도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잘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종업원들은 나보다 주방장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 자기들끼리 더 친하기 마련이었다. 하루는 아침에 종업원들을 깨우려고 방문을 열어보니 주방장하고 아이들이 몽땅 도망가고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이 있은 후로는 종업원에게 예전처럼 정을 많이 주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영업은 해야 했다. 큰집 조카들을 부르고 온가족이 총동원되어 무사히 영업은 했다. 제일 바쁜 일요일에는 주방장 손이 모자라 일일 주방장을 아르바이트로 쓰곤 했다. 새로운 종업원들을 구하기 위해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찾아오든가 새로운 아이들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 뒤로 조금 나이 있는 종업원들을 구했는데 일을 무난하게 해주었다. 주방장도 음식을 썩 잘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성실하였다. 그 종업원이 일 년 이상 일을 해주어서 종업원 쓰는 데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오 년을 보냈다. 그런대로 장사도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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