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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팁 주는 손님은 고생 끝, 행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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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4:30 조회1,7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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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화루에서 2층의 서빙을 담당하고 있을 때였다. 2층의 방들은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었다. 손님 수에 따라 하나의 방으로 만들기도 하고 둘로 나눌 수도 있었다. 2층 방에는 주로 커플 손님이라고 불리는 연인들이 와서 나름대로 은밀하게 놀다가 가곤 했는데 어떤 손님은 아예 처음부터 팁을 주면서 잘 놀다 갈 수 있도록 부탁을 하였다. 그러면 손님이 따로 부르기 전에는 그 방에는 가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여관이 많이 있지도 않았지만 시설도 요즘하고는 비교가 안 되었다. 여관 이용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신 중국집은 값도 싸고 이용하기도 쉽고 해서 인기가 있었다. 중국집 방에 드는 손님은 요리를 하나 시켜놓고 오랫동안 있다가 가도 쫓겨나지 않았으니 여관 대신 중국집을 이용하는 일이 허다했다. 종업원을 불러 팀을 먼저 주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성가시게 하지 말고 잘 부탁한다고 은근히 압력을 주는 것이었다. 팁 주는 손님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고 팁 안 주는 손님은 행복 끝, 고생 시작이었다. 그런데 팁을 주지 않는 손님이 있으면 자주 그 방을 노크했다. 냅킨 가져왔습니다, 물 가져왔습니다. 하고 방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성가시게 하는 것이었다.

 

  커플 손님들은 주로 오후에 왔는데 중국집은 보통 오후에는 바쁘지 않았다. 주방장과 주방 형님들도 눈치를 봐서 커플 손님들이 오면 2층으로 슬그머니 올라왔다. 손님 옆방에 가서 미닫이문틈 사이로 손님들을 엿보기 위해서였다. 하루는 주방장하고 주방에서 일하는 보조 형님, 나, 이렇게 셋이서 문틈으로 옆방을 보게 되었다. 커플 손님들이 잘 보이는 좋은 자리를 잡겠다고 서로 밀치다보니 미닫이문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안에 있던 손님도 놀랐고 우리도 놀랐다. 문이 넘어지자 두 방이 하나가 되었는데 얼마나 민망한지 양쪽 다 어쩔 줄 몰라 했다. 한참을 서로 쳐다보고만 있다가 2층 책임자인 내가 일어서 손님들께 정중히 사과를 했다.

 

  손님은 화가 많이 났지만 그렇다고 주인에게 불평을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손님은 그날 음식 값만 내고 씩씩거리면서 그냥 나갔다. 물론 그들이 남긴 음식은 우리 차지였다.

아무튼 2층에서 일을 하면 팁도 받고 해서 그 당시 중국집에서는 최고로 인기가 있는 직책이었다. 심지어 주방장까지도 2층 책임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2층 종업원에게 밉게 보이면 아주 헷갈리게 요리 주문을 받아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단체손님이 열 명 왔는데 음식을 열 가지로 주문받아서 주방장을 골탕 먹이곤 하는 것이었다.

 

  한 집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그 주변 지리에도 완전 도통하였다. 그래서 새로운 배달 직원이 오면 동네를 다니면서 배달할 집들을 직접 알려주곤 했다. 주인이 없는 날에는 전화 주문이나 전표 작성 등도 하였다. 주인이 중국인이었는데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나를 많이 믿어주었다. 내가 결혼한 후에도 그 집에 놀러갈 만큼 왕래를 하면서 지냈다. 지금은 ‘개화’라는 상호로 바꾸어 둘째아들 진광훈 씨가 영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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