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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아이들 소풍가는 날, 나는 하드 통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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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4:37 조회1,7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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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소풍날은 하드 장사가 그나마 잘 되는 날이어서 아이들을 따라 산에 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학교 소풍은 산으로 많이 갔는데 학생들을 동원해서 소나무에 많은 송충이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여러 학교가 같은 날 소풍을 갔다. 그런 날은 학교 선택을 잘 해야 했다. 초등학생은 부모들이 따라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차가운 거 먹으면 배탈 난다고 어머님들이 하드를 못 사먹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돈을 받아 소풍을 오는 중학생들을 따라 팔러 다녔다. 제대로 잘 고른 날은 완전 대목이었다. 며칠 벌 돈을 하루에 벌 수 있었다.
 
  많이 팔고 싶은 마음에 큰 하드 통에다가 하드를 한 줄 넣고서 녹지 말라고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또 한 줄을 깔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뒤 마지막에는 신문지를 많이 덮어서 차가운 온도를 유지했다. 큰 통은 메고 작은 통은 손에 들고 학생들을 따라 산에 올랐다. 어린 내가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메고 손에 들면 머리하고 발등만 보일 정도였다.

 

  큰 통을 메고 다녀야 하니 힘든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다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어서 빨리 학생들의 자유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면서 같이 올라온 장사하는 형님들과 잔뜩 기대가 부풀곤 했다. 장사가 잘 돼서 아이스께키를 다 팔고 가는 날은 정말 신이 났다. 그러나 어떤 날은 선생님들이 공식적으로 사먹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그러면 그냥 그대로 장사 망치는 날이었다. 그래도 일부 아이들은 몰래 사먹으러 오지만 많이 팔 수는 없었다. 통에 가득 담긴 아이스께키를 못 팔고 돌아가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그래서 온갖 아이디어를 내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면 사먹는 것이고 이기면 다섯 개를 걸고 하드를 팔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자주 하니 학생들보다는 많이 이겼다. 그렇게라도 가져간 것을 다 팔면 어느 정도 수입은 남았다.

 

  어떤 날은 아침에 좋았던 날씨가 흐려지면서 비가 오기도 했는데 이거야말로 장사 공치는 날이었다. 아무리 아이디어를 짜내도 하드는 팔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춥고 음산한 날씨 때문에 차가운 하드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가져간 하드를 반도 못 팔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드는 녹았다. 장사가 안 되니 돈은 없고 점심때가 되어 배는 고프나 먹을 것이라곤 차가운 하드뿐이었다. 이대로 하드공장에 가져가면 내 돈을 물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낸 꾀가 있었다. 하드가 녹으면 막대기만 남으니 일부러 하드 통 뚜껑을 열어놓고 하드를 많이 녹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판 아이스께키 개수의 절반만큼의 막대기를 주워서 통에 집어넣고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면 공장장이 야단을 쳤다.

 

  팔아오지도 못했으면서 하드까지 다 녹여 막대기로만 개수를 세어야 하니 공장장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앞으로 다시는 하드를 못 팔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하였다. 그러면 나는 다음부터는 많이 팔아 오겠다면서 사정을 하곤 했다. 거짓말을 한 것도 미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팔지 못한 것인데 욕을 먹는 것이 서럽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손해를 줄여야 했다.

 

  고생스럽긴 했지만 다행히도 먹고는 살았다. 약간의 수입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아이스께키 통을 놓고 학교 앞이나 동네에서 팔았다. 그냥 팔면 장사가 안 되었으므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화판을 큰 국그릇만 하게 오려서 흰 종이를 붙이고 여러 갈래의 줄을 친 다음 숫자를 적어놓고서 찍기를 하였다. 숫자에 찍힌 숫자의 수만큼 하드를 주는 것이었다. 그냥 사면 한 개밖에 못 먹지만 숫자를 잘 찍으면 몇 개를 먹을 수 있으니 웬만하면 두세 번씩 찍기를 했다. 그러면 공장에 가서 하드 통을 두세 번 채워 와야 할 정도로 잘 팔렸다. 그렇게 여름에는 하드라도 팔고 하니 어느 정도 수입이 있었으나 겨울이 되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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