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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뵈는 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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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4-14 14:03 조회2,5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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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는 게 없으면 겁나는 게 없다 - 조만호씨의 삶④

시각장애1급 조만호씨의 삶④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8-21 17:30:53

그래 좋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밤을 새워 테이프를 들으며 공부에 매달렸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시험을 쳤는데 서울에서 일주일간 합숙을 하고 시험을 쳤다. 합격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기에 시험을 치르고 나니 홀가분했다.

합격이었다. 노력만 하면 되는구나.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지는구나. 눈 감은 후 처음으로 희망이 생겼고 날아갈 것 같았다. 맹인들과 어울려 등산도 가고 낚시도 했다. 근처에 사는 맹인 윤선생을 만났을 때 “좀 더 일찍 재활하라고 하지”하는 투정도 부렸다. “하라고 할 때는 싫다 매; 맹인 안하고 싶다 매” 윤선생의 면박이 싫지 않았다.

그런데 학장에서 안마수련원이 있는 중앙동까지 다니는 것이 문제였다. 2년을 다녀야 하는데 누가 날마다 데려다 주고 데려 올 것인가. 아내는 남은 문구류를 팔아야 했던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학장에서 중앙동을 지나는 67번 버스가 있었다.

플라스틱 부채를 하나 구해서 복지관 선생에게 가져갔다. ‘67’을 크게 써서 부채 앞뒤로 붙여 달라고 했던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67’을 쓴 부채를 들고 서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쑥스럽기도 했으나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까짓 게 대수냐. 날마다 씩씩하게 부채를 들고 서 있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67번 기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서 잘 태워 주었다. 간혹 지나치는 버스가 있었다 싶으면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기도 했다.

목표가 있고 희망이 있었으니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했다. 시간이 나면 학장복지관에 나가서 연습 겸 노인들에게 안마도 해 주었다. 졸업을 하고 안마사 자격증을 땄다. 눈물과 감격의 졸업장이었다.

졸업을 하고는 출장 안마을 나갔는데 중풍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자였다. 치료시기를 놓친 것 같았지만 열심히 안마를 해 주었는데 어느 날 그 남자의 부인에게 와사풍이 왔다. 부인의 와사풍은 침을 놓고 지압을 해서 고쳐 주었다. 부인이 고맙다며 서면에 점포가 하나 있는데 싸게 주겠다고 했다. 지압원을 시작하면서 문방구를 접으려고 보니 물건이 제법 많았다. 헐값에 떨이를 하자니 아까운 것 같았다.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이참에 좋은 일이나 하자” 싶어서 아동시설협회에 연락을 하니 고맙다며 가지러 왔는데 1톤 트럭에 가득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고 새벽까지 일을 했다. 차츰 소문이 나고 단골도 생겨 현재의 장소인 전포동으로 이사를 했다. 간판일을 하는 아저씨가 그의 단골인데 이사를 하면서 ‘조만호 약손지압원’이라는 간판을 직접 만들어서 달아 주었고; 버스 기사 하시는 분이 어항 등을 설치해 주었는데 그 기사는 손님으로 와서는 올 때마다 사소한 잡일은 다 해주곤 했다.

한 여자 손님이 다리를 삐어서 오랫동안 치료를 했음에도 짝짝이가 되고 말아 치마를 못 입었는데 그에게서 치료를 받고 치마를 입을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을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홈페이지(
www.jomanho.co.kr)도 직접 관리하면서 ‘마음의 병은 마음으로 치유합니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눈 뜬세상; 눈 감은 세상; 두 세상을 다 살아 본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작은 행복을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자서전을 한번 내 볼 생각입니다.” 어떻게 자서전을 낼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복지관 재활팀 수료식에서 사례발표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5년 겨울 포항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북지부에서 연락이 왔다.

‘시각장애인 기초재활 검정고시 합격자 수료식’에 사례발표를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없었지만 살아 온 이야기를 해 달라는데 못할 것도 없지. 그 소식을 들은 한 봉사자가 포항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지만 “입은 뒀다 뭐할 거야” 지팡이 하나만 달랑 들고 혼자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노포동에서 포항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포항에 내리니 복지관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왔어요?” 기사는 놀라워했다. “이곳 사람들은 혼자 못 다녀요” 그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강단에 나가 입을 열었다. “저는 빛을 잃으면서 빛을 본 사람입니다. 마음의 눈을 뜨면 세상은 무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중학교도 못 나온 제가 눈을 감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이런 강단에 설 수나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전하겠지만 저는 제가 살아온 저의 인생을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절망에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을 보지 못하면 한 발짝 내딛기도 두려워한다. 그는 반대로 ‘뵈는 게 없으면 겁나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내세우며 가정의 건강함을 강조하는데 평생의 반려자이자 봉사자인 사랑하는 아내 김경화(50)씨와 아버지를 믿고 따라주는 유성(25) 규민(22) 형제가 있어 남부러울 게 없단다. 조만호씨 부디 자서전 꼭 내셔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 주기를. 끝.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
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이복남 (
gktkrk@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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